이 소설은 고대 배경의 판타지 소설이지만 흥미진진함과 시간 때우기로 읽기에는 재미가 없고 난해하다.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질문을 던지는 읽어볼 만한 소설이다.소설 전편에 안개가 덮이고 흐른다.읽을 때 마치 안개 속을 헤매이는 듯해서 처음에는짜증이 났다.문장이 매끄럽지 않고- 번역의 문제인지, 문체의 문제인지?묘사가 뚜렷하지 않아 읽어도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 수가 없었다. 이런 느낌이 작가가 의도한 바라면 그는 정말 노벨상 수상 작가 다운 면모를 보인다고 생각한다.그런데 흥미롭게도 그 안개 속을 헤치면서 계속 해서 읽어 나가면 마치 아침 햇살에 안개가 걷히듯 모든 것이 분명하게 드러난다.고대 잉글랜드에 사는 노부부 액슬과 비아트리스는 마을 사람들이 자꾸 뭔가를 잊어 버리고 자신들이 그 사실을 일깨우는 걸 싫어한다는 걸 느낀다. 그들은 희미한 과거의 기억 속에서 아들이 있었다는 걸 느끼고 아들을 찾아 떠난다.여행 도중에도부부는 마치 안개처럼 희미하고 명확하게 떠오르지 않는 과거 때문에 괴로와 하고 서로를 의심한다. 지금은 이렇게 서로 사랑하지만 과거에 그들에게 어떤 일이 있었을까?남편은 아내를 실망시킨 적은 없었나? 그들이 아들을 과연 사랑했었나? 아내는 부정을 저지르지는 않았나? 그러면서도 서로를 위로한다. 과거가 무엇이 중요한가? 현재 우리는 서로 사랑하지 않는가?….. 그 불안한 평화와 사랑이 과연 의미가 있는가? 진실을 아는 것이 더 의미가 있는가?여기서 작가는 묻는다. 모든 것을 다 기억하는 것이 좋은가? 설사 그 기억이 고통이 되더라도 사실을 아는 것이 옳은가?이 질문에 우리는 어떤 답을 할 것인가?
현대 영미문학의 독보적 존재 가즈오 이시구로
나를 보내지 마 이후 10년 만에 선보이는 특별한 신작
가즈오 이시구로가 10년 만에 일곱 번째 장편 파묻힌 거인 으로 우리 곁에 돌아왔다. 1989년 서른다섯 살 때 발표한 소설 남아 있는 나날 로 영미권 최고의 문학상 중 하나인 부커상을 수상하면서 일찍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이시구로는 등단 후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여섯 편의 장편과 한 편의 단편집만을 발표할 만큼 매 작품마다 완벽을 기하는 것으로 유명하며, 그 결과 모든 작품이 굵직한 문학상을 수상하고 부커상에만 네 번이나 후보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역시 10년이라는 긴 시간 끝에 일곱 번째 장편이 출간된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평단과 대중은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고, 2015년 3월 파묻힌 거인 은 발표되자마자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주요 언론들은 올해 이보다 더 중요한 소설은 출간되지 않을 것 (더 타임스), 걸작 (뉴욕 타임스), 놀라움 그 자체 (파이낸셜 타임스), 이전작과 전혀 다르면서도 가장 이시구로다운 작품 (워싱턴 포스트), 올해의 문학적 사건 (NPR) 같은 말로 격찬을 아끼지 않았고, 이에 부응하듯 작품은 출간 즉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위력을 과시했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다섯 살 때 영국으로 이주해 영어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시구로는 ‘1945년 이후 가장 위대한 영국 작가 50인’( 더 타임스 선정)에 들 만큼 현대 영미문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를 독보적으로 만드는 것은 이러한 명성보다는 동양과 서양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이시구로만의 낯설고 깊은 상실의 정서다. 이번 신작에서 역시 망각의 안개가 내린 고대 잉글랜드의 평원을 무대로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 나선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름답고 가슴 아프게 펼쳐진다. 또한 발표하는 작품마다 새로운 소재와 형식을 차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작가답게 이번 신작은 반지의 제왕 을 연상시키는 판타지 모험담의 틀을 빌려 그 놀라움과 흥미진진함을 더하고 있다. 피터 잭슨이 영화로 만든다면 더없이 멋질 것 (더 타임스)이라는 바람대로 이 매혹적인 이야기는 할리우드의 실력파 제작자 스콧 루딘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1부 ..........9
2부 ..........189
3부 ..........297
4부 ..........395
옮긴이의 말 ..........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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